아스타나: 신의 하늘아래에서

초원전체는 끝없이 펼쳐져 있고 장애물이 별로 없다. 유일하게 시선을 가로막는 것이 있다면 뭉치어 있거나 흩어진 구름들이다. 이 고장에서 사람은 다만 천지 사이의 한 톨의 밤에 불과하다.
편집부 news@inewschina.co.kr | 2017-04-07 15: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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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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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원룽제에
文/文龙杰

며칠사이에 ‘차가운 도시’ 아스타나는 갑자기 추워졌다.
‘차가운 도시’라면 추운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걸핏하면 섭씨 영하 30도가 되니 사람들이 부르르 떨 수밖에 없다. 한 주 전 워셔액을 살 때, 판매원이 영하 20도면 결빙점이라고 말하였는데 지금에 와서 보면 이번 한파는 본토의 토박이인 나조차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날이 추울수록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그리워진다. 토끼진에서 이런 감정을 가장 강렬하게 느꼈었다. 아스타나를 나와서 서북방향으로 2시간 운전하여 가면 이름이 꽤나 흥미로우나 기원은 흥미로울 수 없는 촌 토끼진에 도착하게 된다.
“고기를 드시겠습니까?” 루우즈만(茹兹曼)이 나에게 물으면서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향했다. 과분한 대우에 놀란 나는 급히 제지시켰다. 왜냐하면 탁자 위에는 이미 낭, 과자, 건포도, 궈쯔, 절인 살구, 아몬드 등이 가득 진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루우즈만 일가는 2000년 전후에 전세계 카자흐족 사람들은 돌아오라는 부름을 받아 중국의 신강(新疆)에서 카자흐스탄에 온 것이다. 그녀의 신랑 조오가만은 촌에서 이슬람 이맘의 조수로 일하고 있다. 56세의 그는 중국에서 매우 흔한 검정색 바람막이 재킷을 입고 있었다. 이것은 그와 현지인들을 선명하게 구별되게 하는 것으로서 만약 머리위에 꽃모자를 쓰지 않았다면 나는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이 중국의 향진 층 간부인 줄로 착각했을 것이다.
한차례 취재에서 중국 이리에서 온 카자흐족 총각인 예줜을 알게 되었다. 예줜은 카자흐스탄의 어느 국립대학의 에너지전공 학생인데 촬영에 심취해 있었다. 한눈으로 봐도 그가 돌궐혈통임을 알 수 있다. 그는 길쭉해 보이는 얼굴에 매부리코, 그리고 깊은 눈은 퍽이나 굳세어 보이는 인상을 주는데 사실이 그러하였다. 촬영자재를 구매하기 위해서 그는 중국에 있는 부모님과 상의하여 몇 년 치 생활비를 한꺼번에 그에게 보내도록 하였다. 그 후로는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었고 절대로 집에 손을 내밀지 않았다. 나의 손에 쥐어진 캐논 5D Mark III을 보고 예줜 은 늘 부러움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었을 뿐만 아니라 자주 기회를 타서 만지작거리곤 했다.
여러 번 방문하다보니 서로 익숙해졌다. 예줜은 처음에는 나에게서 카메라를 빌리더니 나중에는 자동차를 빌렸다. 이것들은 모두 직장의 재산에 속하였기에 나는 번번이 거절했다. 더 나아가서 그는 나에게 돈을 빌렸다. 액수는 크지 않은데 2만텡게, 인민폐로는 400위안 정도이다. 그러나 1주일이 지난 후 예줜 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위챗, 전화기 모두 응답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후에 아는 사람 말을 듣고 나서 그 속에 감추어진 계책을 알게 되었다. 이 고장에서는 돈을 빌리기만 하고 갚지 않는 ‘풍속’이 있었는데 예줜 이 필경 그 습속을 장기 거주하면서 배운 듯했다. 사실 나는 전에도 여러 번 이런 상황을 겪었다. 급하게 택시를 불러야 한다거나 혹은 거스름돈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빌려 가는데 몇 십 원에 불과한 돈이기에 상대방이 잊었나 보다 생각했을 뿐 크게 개의치 아니했다.
여류작가 장애령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만약 당신이 예전의 나를 알고 있다면 지금의 나를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유목업을 위주로 하는 카자흐족 사람들은 물과 초원을 따라서 거주하고 있다. 초원은 끝없이 무한하고 기후는 변덕이 심하여 이동하는 과정에 물과 양식이 고갈되는 비극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연히 일종의 계약이 형성되었다. 그것은 만약 방문객을 만나면 무상으로 정성껏 대접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버스를 타면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런 방문객을 정성껏 대접하는 전통은 ‘너’와 ‘나’ 사이의 경계가 가끔은 모호하게 해 “너와 내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면, “돈을 빌려 갚지 않아도 된다”는 공식이 성립하게 된다.
카자흐초원은 얼마나 넓은가? 작년 여름, 나는 친구들과 함께 운전하여 아크몰라주의 어느 조류자연보호구에 가게 되었다. 몇 백 킬로 길을 달려도 인적이 보이지 않았다. 현지인은 이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카자흐국가의 면적은 273만 제곱킬로미터(세계에서 9번째)로서유럽보다 더 큰데 인구는 1,700만 명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지방에서 사람은 하늘과 땅 사이에 한 톨의 밤에 불과하다. 휴대폰에 신호를 표시하는 네모꼴이 모두 사라진 후 사람들은 무리에서 동떨어진 무력감, 그리고 공포와 싸울 수밖에 없다.
만약 바야흐로 겨울이 되는 때라면 모든 것은 더 가혹하게 변할 수 있다.
겨울의 카자흐대초원에서 하룻밤 사이에 급격하게 10도에서 20도 떨어지는 것은 흔하디 흔한 일이다. 영하 5, 6도가 되는 때에 내리는 눈은 아직 부드럽고 큰데 사람들이 늘 말하고 있는 거위털 같은 눈으로 땅에 떨어지면 포슬포슬한 설탕 같다. 온도가 더 떨어져서 영하 10가 되면 눈송이는 더 커져서 소금덩이처럼 얼어붙어 유리창을 타닥타닥 두드린다. 이런 때에는 바람만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밖에 없다. 만약 바람이 불게 되면 눈이 가로로 얼굴을 때려 엄청 아프다. 그러나 초원에서 일 년 사계절 어느 날 바람이 없는 날이 있겠는가?
처음 이 고장에 올 때 어린 사내애가 고기 쭝즈처럼 꽁꽁 감싸고, 썰매를 타고 한가롭게 중얼거리는 것을 보았는데 처음 본 광경인지라 급히 휴대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그러나 카메라 버튼을 누르자마자 얼어서 휴대폰이 자동으로 꺼졌다.며칠 전, 인터넷 속도가 갑자기 느려져 집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집주인은 다음날 답해주었는데 통신회사에 문의해보니 통신선이 고장이 난 것이 아니라 기온이 너무 낮아 데이터 전송에 문제가 생긴 거라고 했다. “이것이야말로 천재지변으로서 달리 좋은 계책이 없었다.”
모스크바에서 몇 년 일했던 어느 친구는 ‘추위’라는 세상물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도 자기도 모르게 “아스타나란 고장은 신만이 살 수 있는 곳”이라고 익살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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