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의 ‘메건 분쟁’

해리 왕손과 부인인 미국 배우 메건이 유명 앵커 오프라와 인터뷰한 프로그램이 미국•영국에서 잇따라 방송됐다.
오재헌 기자 newschina21@naver.com | 2021-04-05 1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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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오재헌 기자]

 

해리 왕손과 부인인 미국 배우 메건이 유명 앵커 오프라와 인터뷰한 프로그램이 3월 8일 미국·영국에서 잇따라 방송됐다. 미국과 유럽의 유력 언론들은 해리 부부의 폭로를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1995년 영국 BBC방송 인터뷰와 비교했다. 당시 다이애나는 남편 찰스의 불륜 사실을 폭로했다. 

 

 

▲(영상 캡처) 인터뷰 중인 해리 왕자와 부인 메건 여사.
 

 

이후 2년 동안 영국 왕실과 다이애나 모두 추문에 휩싸였고 1997년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왕실에 대한 비난이 최고조에 달했다.
“버킹엄궁은 감옥 같다”며 자살하려 했지만 심리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불평 외에도 메간은 자신의 혼혈 혈통 때문에 왕실 구성원들이 “아이 피부색이 얼마나 짙을까”를 여러 차례 논의했다고 폭로했다. 해리는 이어 피부색을 이야기한 것은 여왕이나 필립 공의 친왕이 아니지만 왕실 멤버는 맞다며 자신이 영국을 떠난 주된 이유도 인종차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CNN은 인종주의 폭로가 불륜 폭로보다 훨씬 파급력이 큰 데다 “버킹엄 궁은 인종주의 혐의를 거의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사회에서 제도적 인종 차별은 ‘금기시되는 주제’로 여겨진다. 오랜 제국 식민사에 얽매여 사회생활에 뿌리를 둔 서구 중심주의 문화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들이 은근한 인종적 우월감을 갖게 된 것은 현대 교육과 진보적 문화의 영향을 받았을지라도 차별적 문화의 ‘잔재’ 결과이다. 왕실 구성원들이 공개적으로 해리가 소수 종족의 후예인 메건과 결혼하는 것을 막지는 않았지만, 피부색이 짙은 어린 왕자를 어떻게 상대할지에 대한 걱정과 왕실에 소수 종족의 후손이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해리가 아프리카계 혈통인 메건과 결혼을 하면서 영국 왕실은 소수 종족들을 포용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었고 ‘유리천장’을 타파할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메건의 폭로는 왕실에 대한 사람들의 추대 및 지지를 떨어뜨렸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1995년 영국 왕실의 위기를 연상케 하였는데 당시 형세가 가장 심각할 때에는 10명 중 7명이 영국 군주제가 스스로 개혁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21년의 영국 사회는 1995년과 크게 다르다. 당시 서구의 사회민주주의 개혁 바람을 타고 영국 노동당을 비롯한 유럽의 좌파 정당들이 집권하면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친 서민적 반역 이미지가 군주제에 대한 개혁 목소리와 맞물렸다. 그렇다고 군주제 폐지가 영국 여론의 주류는 아니었다. 20년간 이 여론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인구 대비 비중은 10~20%에 불과했다. 그때의 위기는 왕실의 자발적 화해와 다이애나 왕비의 성대한 장례식으로 금세 풀렸다.


현재 영국에서는 보수적인 사조가 회귀하였고 왕실 개혁이 완료된 후 더욱 개방되어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0명 중 7명은 영국에서 군주제는 분리할 수 없는 일부라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해리·메건 부부는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왕비에 비해 공공 이미지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환경보호를 호소하면서도 전용기를 타는 등 행동으로 연일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중들은 다이애나비와 함께 놓고 비교할 수 없으며 여러 차례 대중적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해리 왕손의 아버지 찰스 왕세자보다도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리 부부의 폭로 이후 평소 평등권 운동에 힘쓴 피어스 모건 등 영국 유명 인사들은 해리와 메건의 ‘거짓말’과 왕실 모욕을 질타하며 이른바 종족주의에 대한 이들의 고발을 놓고 “메건을 불만스럽게 하는 사람은 누구나 인종주의 악당으로 취급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의 존슨 총리는 “왕실에 대해 최고의 경의를 갖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사망했을 때 좌편향 노동당 정부도 왕실을 지지하며 난관을 헤쳐 나갔으니 보수당 정부가 왕실과 함께 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글/차오란(曹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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