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속삭임, 아름다운 흑백의 경지처럼

많은 사람들은 헤어지는 순간 못 다한 해명에 대한 아쉬움을 느낀다. 한번 만이라도 시원하게 해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쩌면 편한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를 미련 없이 내려놓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7-04-10 14:49:36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 © 영화 <블루 제이>스틸컷

 

글/ 양스양(杨时旸)
 

누구나 한번쯤 그런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혹시 운명의 그가 어느 길거리의 한 모퉁이에 자리 잡은 커피숍에 나타나지 않을까?” ‘전 인연’에 대한 존재는 어찌 보면 세상에서 가장 미묘한 관계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잊었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의식적으로 잊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완전히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마치 우리가 그림을 지워도 흔적이 남듯이 그 기억은 마치 문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다시 만났을 때에 대해 상상도 여러 번 해봤지만 막상 갑자기 재회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기 마련이다. 마치 영화 <블루 제이>에서 나왔던 것처럼 스토리 구조와 이야기가 놀라울 정도로 심플한 것과 같다. 고등학교 때 잠깐 사귀었던 커플이 22년이 지난 후 우연히 만났을 때 회상을 해보면 짧게 만났던 그 시절의 추억은 마치 꿈과도 같이 느껴질 것이다.
 

짐(Jim)과 아만다(Amanda)는 고향의 한 자그마한 슈퍼 상품 진열대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며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헷갈려 하고 있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잊혀지기 마련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재회를 했을 때에 비로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말이 거짓에 불과함을 느끼게 된다. 기억을 하지 않으려고 했을 뿐 망각은 아니다. 어느 순간 기억이 건드려지는 계기가 오면 과거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오게 된다.
 

결국 그들은 다시 함께 과거의 이야기를 함께 풀어본다. 22년이라는 시간은 한 소녀와 소년을 중년으로 만들었다. 짐의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갔고 사업적으로도 파산을 맞이했다. 그는 고향에 돌아와 예전에 살던 집을 정리하며 마음정리를 한다. 아만다는 임신한 언니를 보살피려고 고향을 찾았다. 그녀는 지친 삶에 숨 쉴 공간을 찾고자 하는 바람을 갖고 고향에 왔다. 그녀는 20여 살 연상의 남편과 두 양자와 함께 살고 있었다.
 

둘은 어린 시절 함께 뛰놀았던 곳곳을 둘러보았다. 동네 슈퍼며 호수가 등 모든 곳들이 그들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그들은 유년 시절 짐이 살았던 집으로 돌아와 옛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찾았고 그 시절 추억이 깃든 옷들을 입고 서로 주고받았던 연애편지를 읽었다. 두 사람이 결혼해 백년해로한다는 설정으로 찍어두었던 어렸을 때의 영상을 보면서 두 사람은 그 때 그대로 재연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은 술 한 잔 기울이며 다시 ‘청춘’의 언덕을 걸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는 역할극을 통한 심리치료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과거의 소년 소녀로 돌아가 동심을 찾으려는 듯 보이지만 무의식적으로 잊고자 했던 과거에 대한 기억을 만나는 과정을 경험하며 옛날에 나누었던 아름다운 속삭임에 대한 재연을 통해 헤어지는 순간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들은 수줍었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끝내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 하루만큼은 현실세상과 단절했던 순간이었다. 그들은 서로 포옹하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애정 어린 마음을 담아 함께 춤을 추다가 키스를 나누었던 순간 그들은 멈춰버렸다. 이미 그들은 넘지 말아야 할 한계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고등학교 시절에 느꼈던 첫 사랑의 느낌이 아닌가? 서로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은 많지만 두려움 때문에 멈출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에 대한 재연이다. 그들은 어린 시절에 대한 재연을 통해 40세의 중년에서 18세로 돌아가는 경험을 했다.
 

많은 사람들은 헤어지는 순간 못 다한 해명에 대한 아쉬움을 느낀다. 한번 만이라도 시원하게 해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쩌면 편한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를 미련 없이 내려놓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블루 제인’은 그 가능성을 제시해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성인이 된 후 우리는 매일 웃으면서 세상과 사람들을 대해야만 하는 문화적인 스트레스 속에 놓여있다. 어두운 면을 드러내지 않지만 그 이면에 얼마나 많은 부담감을 안고 살고 있는지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짐과 아만다는 옛날 집 문 앞에 기대어 이야기를 나눈다. 짐은 자신의 사업에 친척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일으켜 한치 앞도 내다보이지 않을 만큼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아만다는 자신이 우울증을 겪고 있고 약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평소에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 그들은 그런대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20여 년이 지나서 만난 옛 연인 앞에서 그들은 서로 의지가 되었다. 그들은 서로의 외로움을 헤아렸으며 서로를 꿰뚫어 보고 있었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다.
 

아만다는 폭포수가 터지듯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음껏 울 수 있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짐과 만난 그녀는 마지막에 아무런 생각 없이 아이들처럼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짐도 용기를 내어 아만다에게 용기가 부족해 비겁하게 떠났고 도망만 쳤던 자신의 이야기를 하였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되었다. 첫 사랑은 그런 존재이다. 헤어진 뒤 오랜 시간이 지나 우연한 기회에 서로 만나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이별에 대한 영화이지만 감미롭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다. 약에 비유를 하자면 아무 생각 없이 울 수 있었던 통곡은 치유의 효과가 있어 마음을 홀가분하게 할 수 있는 약이다.
 

<블루 제이>는 흑백영화이다. 옛날 정취가 가장 잘 묻어난 배경과 흑백 색조가 잘 어우러져 영화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흑백이라는 색채는 기억과 같고 꿈의 경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흑백은 과거의 추억이며 추억은 수수께끼와도 같다.
 

그들은 잠깐의 만남을 뒤로하고 각자의 생활로 돌아왔다. 이는 그들이 맞이한 두 번째 ‘안녕’이다. 하지만 첫 번째 헤어짐과 다르게 이번 헤어짐은 따뜻함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들이 함께 보낸 하루 밤의 시간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지만 마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진짜 일어났었던가? 흑백의 꿈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저작권자ⓒ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카카오톡 보내기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daum
온라인팀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HEAD LINE

포토뉴스PHOTO NEWS

많이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