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谷城) 산의 까마귀와 북 소리

악몽 같은 현실, 혹은 현실 보다 더 끔찍한 악몽. 이것이 영화 <곡성(哭声)>을 이해하는 두 가지 방법이다.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6-10-14 11: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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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양스양(杨时旸)
 

과장된 말이 아니라 한국 영화 <곡성(哭声)>은 개봉일이 정해졌다는 소식과 함께 올해 들어 많은 영화 팬들의 가장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곡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감독 자체가 영화를 완벽하고 뚜렷한 작품으로 보이고자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야기의 진상은 없고 사람은 사람, 귀신은 귀신인 것이다. 이런 영화의 결과는 작품에 대한 ‘사이비’ 해석이 난무하거나 관객들이 스토리나 은유 본연의 의미를 알기를 포기하고 장르 자체가 빚어내는 미스터리하고 기괴한 분위기에 완전히 빠져드는 두 가지 상반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곡성>은 기괴한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평화롭던 마을에 연쇄살인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 일본인의 소행이니 사람을 뛰어넘는 어떤 힘 때문이니 왈가왈부하며 답을 찾지만 결국 더 깊이 미쳐버리고 만다.
 

<곡성>의 가장 뛰어난 부분은 곡성(谷城) 산의 까마귀와 북소리다. 쉴 새 없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이런 의미에서 <곡성>이 사회와 심리 기반의 스릴러물일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나홍진 감독은 사람들이 기대한 것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을 통해 종교간의 포용, 동서양의 문명, 심리분석, 인성고문, 민족적인 악질 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따라서 화면에 잠시 스쳐지나가는 일본인 손바닥 가운데의 성흔(圣痕), 해골바가지처럼 말라비틀어진 금어초, 자세히 묘사되는 기괴한 퇴마 의식, 사람의 마음을 미혹시키는 소문에 대한 탐색, 외부의 것을 배척하고 이성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심리의 기반 등 영화에 보여지는 모든 것이 절묘한 화학반응을 일으켜 보기드문 종합 장르를 만들어내며 서스펜스 공포영화에 웅장한 오페라 같은 느낌을 더해 준다. 그러나 이렇게 복잡한 장르와 반전은 서로 대립하고 물어뜯는 과정에서 녹아들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최대한 엽기의 정점으로 관객들을 몰고 간 후 모든 것을 중단해 버리는 것이다.
 

악몽 같은 현실, 혹은 현실보다 더 끔찍한 악몽. 이것이 영화 <곡성>을 이해하는 두 가지 방법이다.
 

곡성(谷城)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홍진 감독은 이것들이 혼돈스럽고 난해한 결말을 만들고자 의도된 것임을 실토하고 싶지 않은 듯하다.
 

나홍진 감독은 그의 처녀작 <추격자>의 깔끔함과 솔직함으로 처음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양심 있는 매춘 브로커와 싸이코패스 살인자가 쫓고 쫓기며 보복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이 더욱 날카로워지는 흐름의 거칠고 직설적인 이 영화는 주제를 설정하거나 심오한 의미를 일부러 만들지 않고 ‘두 남자의 대결’이라는 한국 범죄물의 전형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나홍진 감독의 두 번째 작품 <황해>에서도 쫓고 도망가고 숨고 찾는—시소 같은 관계는 하정우가 연기한 아마추어 살인자와 목표인물, 뱀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또 다른 복잡한 신분관계—고민하는 남편과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한국으로 향한 후 연락이 끊긴 아내 사이에도 존재한다. 그리고 후반부의 은밀한 단서는 그다지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결국 영화를 교묘하게 한 단계 높은 경지로 올려놓았다. 결국 체액이 낭자하고 핏줄이 서는 서스펜스 액션영화는 숙명의 안개가 자욱한 우화로 변한다. 국경지대의 밑바닥 인생과 두 나라 사이의 암울한 곳을 떠돌아다니는 특정 세대의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고 장소가 바뀐 지금 보면 더욱 서글프다.
 

나홍진 감독은 <황해> 촬영 후 3년 동안 쏟아지는 찬사를 받으면서도 항상 우울했다. 서두르는 바람에 후속 작업이 형편없어진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곡성> 촬영 때는 제작을 완전히 끝내기 전에는 절대 개봉일을 확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어떻게 보면 관객들은 그의 이러한 장인정신에 감동한 것이다.
 

<곡성>이 탄탄한 영상미와 훌륭한 연기로 안개 서린 산의 절경을 담아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나홍진 감독이 감정을 잡고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신의 작품’을 기대하는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나홍진 감독이 <곡성>에 설정해 둔 것처럼 장르 밖에서 더욱 심오한 주제를 다루기 원한다면 ‘인성’이란 진지한 주제를 파악하는 능력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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