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개헌으로 국가원수 권력 강화

이번 개헌을 통해 법률 면에서 김정은 국가원수의 위상과 권한이 더 강화되었는데 이는 조선 국가 최고지도자의 대외활동 공간이 확대되었고 외교적 국면이 진일보 확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지웅 기자 newschina21@naver.com | 2019-10-01 11: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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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정지웅 기자]

8월 29일, 조선 제14기 최고인민회의 2차 회의가 열렸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이번 회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의 일부 개정에 대한 수정”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편 이날 회의에는 687명의 의원이 참석했으며 조선 최고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중앙TV 방영 화면에 나타나지 않았다.

 

▲ 8월 24일, 조선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의 시험발사를 지도하고 있다. 사진/신화(新华)

헌법 개정 후 새 조항에 따르면 조선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선거로 선출하고 최고인민회의 의원을 맡지 않으며, 법으로 조선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조선노동당, 국가와 무장력의 최고 지도자로 규정했다.
지난 4월에 열린 조선 제14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 새 지도부를 출범시키고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법적 지위를 국가원수로 정하는 헌법을 개정했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 연구원이며 조선 문제 전문가인 마이클 매든은 <중국신문주간>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개헌은 지도자 김정은(김정일까지)이 보유하고 있었지만 제도화 되지 않았던 일부 권력과 권위를 제도화하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조선의 이전 지도자들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총비서,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등 정권 내의 다른 직책을 등에 업고 권력을 장악했다고 소개했다.


권력을 공고히 하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8월 29일 업무보고에서 조선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임무와 권한에 대해 조선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법령을 공포하고 국무위원은 정령과 결정, 해외주재 외교대표를 임명하거나 소환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내용을 헌법에 새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최룡해는 개헌을 통해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법적 지위가 더욱 공고해졌다고 전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 전반에서 일할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로서 확실히 보장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룡해는 조선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령, 국무위원회 정령, 집행 상황의 내용 결정과 지시 등 국무위원회의 임무와 권한이 수정되었으며 “김정은 지도자의 유일적 영도를 실현하는 중추기관인 국무위원회의 법적 권력이 더욱 강화되고 조선식 국가관리체계가 정비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롄구이(张琏瑰) 중앙당교 전략연구소 교수는 <중국신문주간>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개헌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가원수로서의 직권과 지위가 더욱 확대돼 법으로 명확해졌다고 분석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8월 30일 김정은 위원장의 무기 발사 실험 및 국방사업 관심에 대한 실제 기록 보도를 다수 게재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가와 인민을 지키는 봉사정신’을 찬양한다”고 보도했다.


최고인민회의는 조선 헌법에 규정된 최고 권력기관이며 1년에 한두 차례 열리고 주로 법률 제정과 개정, 대내외정책 수립, 국무위원회와 내각의 인사 임명과 면직을 담당하는 부서이며 그 의원은 5년에 한번씩 선거한다.
올해 3월 제14기 최고인민회의 의원 선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름은 대의원 명단에 등장하지 않았다.

 

당시 여러 한국 언론은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불참을 선택한 것은 최고지도자의 특수한 지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번 개헌에서는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의원을 맡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문화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김정은 체제 출범 이전에는 조선 최고인민회의 정례회의가 매년 3~4월에 주로 열렸지만 김정은 위원장 집권 뒤 2012년과 2014년에는 4월, 9월 1년에 두 차례 최고회의가 열렸으며 ‘8월 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리쥔(李军)은 <중국신문주간>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두 차례 열린 최고인민회의를 하나로 연계한 것을 보면 이는 조선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회의라고 분석했다. 조선의 국경일인 9월 9일을 앞두고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 것도 국무위원회 중심의 국내 정치운영 체제를 확립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과시한 것이며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서의 조선의 이미지를 한층 부각시켰다.


조선 국무위원회는 국가 최고지도기관으로서 최근 몇 년 사이에 탄생한 기구이며 2016년 6월 30일 조선의 제13기 최고인민회의 제4차 회의에서 결의를 거쳐 조선 국무위원회가 발족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지도자 취임 이후 조선 정치체제를 여러 차례 개혁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초반에 조선노동당 중앙과 최고인민회의의 결의를 통해 김정일이 맡았던 중앙당 총서기와 국방위원회 위원장직은 전직 지도자에게 영원히 유지된다고 규정했다. 김정은은 당 중앙위 제1비서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맡아 긴밀한 후계자 관계를 과시했다.


그러나 2016년에 조선 국방위원회가 조선 국무위원회로 변경되어 김정은이 위원장을 맡게 되었으며, 같은 해 조선노동당이 36년만에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하여 당중앙 서기처와 제1비서직을 폐지하고 위원장, 부위원장직을 신설하였으며 김정은이 초대 위원장직을 맡았다.


리쥔은 국방위원회가 국방과 군을 정권의 중심으로 삼아 선군정치를 구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국무위원회는 공무원(치국)들로 구성되었으며 조선이 국제사회의 일원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구이다.


지난 4월 11일 제14기 최고인민회의 제1차 회의를 통과한 헌법개정 조항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 지도자’라고 명시돼 있다. 2016년 6월 개정 헌법에서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지도자’로 ‘국가를 대표한다’는 표현이 없었다.


이번 헌법 개정 전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가원수의 직권을 행사했다. 새 헌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모두 국가를 대표하되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대내외 최고대표이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서 접수 등 상징적인 외교사무 처리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한정하였다. “국가를 대표하여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는 국서 내용(제116조)이 명시되었다”


바로 지난 4월에 열린 제14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 최룡해가 김영남으로부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이어 받았다. 노동신문이 발표한 ‘최룡해 동지, 말레이시아 국경 62주년 축하’ ‘최룡해 동지, 키르기스스탄 독립기념일 축하’ ‘최룡해 동지, 과테말라 대통령 당선 축하’ 등 내용에 따르면 최근 최룡해는 ‘상징적 외교사무’를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리쥔은 이번 개헌으로 김정은 국가원수의 지위와 권한이 법적으로 한층 강화되었으며 조선이 정상외교 활동의 공간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 동향
제14기 최고인민회의 제2차 회의에서는 김영남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직이 해임되었고, 조선 사회민주당 중앙위원장인 박용일 의원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출되었다. 회의에서는 평안북도 인민위원회 위원장인 장세철 의원을 최고인민회의 법제위원회 위원으로 선출했다. 이 밖에 내각총리 제의에 따라 손영훈을 내각사무장에 새로 임명했다.


마이클 매든은 조선 사회민주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의 역할이 대외적으로 상당히 활발한데, 특히 남북 관계와 미국과 조선의 교류를 꼽았다. 박용일은 상당 기간 동안 외교 영역에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박용일은 앞서 여러 해 동안 조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2018년 6월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 참석했고, 같은 달 남북 적십자회담 때는 조선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74주년 경축행사에 참석해 2045년 광복100주년에는 평화로 통일로 하나가 된 나라(One Korea)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남북 통일 비전을 처음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2032년에 서울과 평양이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 날 조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담화를 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담화를 일파만파로 비난하면서 북측은 남측과 할 말이 없다며 더 이상 대화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조선측 대변인이 한국 측은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면 대화 국면도 계절이 바뀐 것처럼 자연스럽게 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조선-미국 대화에서 어부지리를 거두려고 하고 있으며 이를 빨리 단념할 것을 한국 측에 권고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는 문 대통령의 담화 하루 만에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이런 ‘고강도 대남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논평을 발표했다.


통일부는 8월 26일 한국-조선 접경지역에서 조선 주민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해 조선에 넘기려 했으나 조선 측의 무응답으로 한국 측에서 관련 규정에 따라 화장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역시도 남북 연락채널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리쥔은 “조국통일평화위원회가 주로 책임지는 것은 대 한국 사무이다. 박용일의 개인적인 스타일은 꽤나 파워풀한 편이다. 그에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긴 것은 조선이 앞으로 대 한국 공작에 더 힘을 싣겠다는 의미가 될 수 있으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조선 사회민주당이 앞으로 한국과의 접촉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공식 자료를 근거로 분석해보면 조선 사회민주당의 본명은 조선 민주당이며 1945년 11월 3일에 성립되었으며 초창기에는 일본의 식민 지배에 반대하는 중소 기업인, 상인, 수공업자, 농민, 기독교인들로 구성되었다.


마이클 매든은 조선에서 민주당파의 역할은 불확실하다고 전하며 조선이 미국, 한국, 일본을 상대할 때에나 민주당파가 일정한 역할을 맡는다고 분석했다. 평상시에 그들은 자체적으로 회의를 열고 활동을 하며 의회와 국가행사에서 일부 의석을 메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외교적인 측면에서 새 헌법 개정이 미국과의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준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조선은 오랫동안 미국과의 평화적인 합의를 이루어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고 1950년에서 1953년 사이에 발생했던 한국전쟁 이래의 휴전 상태를 끝내자고 호소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30일 조선 땅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판문점 남북공동경비구역에서 만난 뒤 ‘수주일 내’로 비핵화 대화 재개에 대한 지정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7월 하순부터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되면서 조선이 단거리 미사일과 항공기를 잇달아 시험 발사했으며 가장 빈번하게 발사했을 때는 3주 동안 6차례나 발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양측의 ‘입씨름’도 벌어지고 있다.


조선 정부는 공식적인 확인을 통해 조선이 8월 24일 기존에 선보였던 단거리 미사일/대구경 방사포와는 다른 ‘초대형 다연장 로켓포’를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는 조선 매체가 ‘초대형 다연장 로켓’을 새로 선보인 ‘미사일 로켓탄’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조-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조선군은 기동성, 은폐성을 겸비한 신형 무기로 ‘스커드’ 미사일 등 현역 무기를 대체하고 있다.


3일 뒤 미국 재향군인협회가 인디애나주에서 개최한 한 행사에 참석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이 조선의 불량배 행위에 눈감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선희 조선 외무성 제1부상은 8월 31일 담화를 내고 폼페이오 장관의 비이성적인 담화는 조선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이 말은 레드라인을 넘어선 발언으로 회복을 준비하고 있었던 조-미 간 실무협의를 어렵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미국 측의 일부 행동은 조선이 지금까지 취해온 모든 조치를 재고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영어에 유창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올해 4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 이후 최고 권력기관 교체 후 국무위원,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으로 승진하였으며 조-미 대화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맡아 미국 언론으로부터 ‘미국통’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인사는 강경 정보관들을 좀 더 경험 있는 외교관으로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간을 끄는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판문점 김트회의 이후 조선-미국, 조선-한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멀어지는 양상이었지만 조미 최고지도자 사이에선 여전히 자제와 이른바 협조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8일 조선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또 한 차례 3페이지 남짓한 분량의 친서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진행 중이던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이 표명된 내용이 포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아름다운 편지’,’아주 적극적인 편지’라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두 정상이 다시 만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5일에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조선 문제를 언급하며 최근 조선의 무기 시험발사가 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했으며 한미 군사훈련을 돈 낭비라고 지적했다. 기자들의 물음에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은 핵실험을 한 게 아니라 단거리 무기를 시험 발사했다. 조선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좋든 싫든 우리는 미사일 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기자/이징(李静) 글/차오란(曹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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