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위험한 ‘궁중당쟁’

비리혐의 조사를 통해 룰라(Lula) 전(前)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호세프(Rousseff) 대통령 탄핵까지 일으키면서 반대파가 그들의 정치목표에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현재 정당대립의 ‘판도라상자’가 열리면서 지난 10여년 동안 힘겹게 일궈낸 안정과 단합이 풍파로 무너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앞으로 브라질은 당쟁내전, 사회불안 가운데 더 많은 발전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온라인팀 news@inewschina.co.kr | 2016-06-07 10:48:14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글/탕쥔(唐俊)


최근의 경제 침체로 남미 정치계의 ‘우경화’가 심화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의당(正义党)이 10여년간의 대권을 잃고 베네수엘라 반대파가 국회선거에서 절대우위를 차지한 후 남미 최대국가 브라질 역시 현직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가 탄핵을 당하는가 하면 한때 ‘브라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라 추앙 받던 룰라(Lula) 전(前) 대통령이 비리혐의로 고소되는 등 전에 없던 정계의 ‘지진’을 겪고 있다. 일부 관찰자들은 농담 삼아 아카데미 대작의 ‘궁중당쟁’이 맹렬한 기세로 재연되고 있다고 말한다.
 

궁지에 몰린 ‘2인교대’정치


2010년 노동당이 호세프를 대통령 후보로 천거할 때 당시 룰라 대통령이 이 ‘철의 여인’을 자신의 후임으로 직접 선택했다고 한다. 


브라질에서 영웅적인 여성 정치가인 호세프는 유격대원과 수감 경험까지 있다. 그녀는 2000년 민주노동당에서 노동당으로 옮기며 룰라의 인정을 받았다. 2002년 룰라는 광산에너지부의 핵심부처를 그녀에게 넘겼다. 그녀는 룰라 대통령으로부터 ‘특별한 성격’과 ‘업무경험’을 가진 여성영웅이라 칭찬 받으며 ‘전국민 전력사용’사업 추진을 도와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 


2005년 룰라가 호세프를 ‘수석부장’이라고도 불리는 대통령부 민정사무실 주임으로 임명하면서부터 그녀는 룰라의 유능한 조수가 되었다. 룰라가 재임기간 중 얻은 성과는 호세프의 공이 크며, 호세프 역시 룰라를 ‘정치스승’으로 모셨다고 해야 할 것이다. 호세프의 경선기간 동안 룰라는 각지로 다니며 호세프를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호세프가 순조롭게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룰라는 1945년 브라질의 낙후지역 페르남부쿠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5년 교육밖에 받지 못했지만 이것이 훗날 브라질의 위대한 대통령이 되는 데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룰라에 이어 대통령이 되던 당시 남미의 최대경제대국 브라질은 세계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큰 나라로 6,500만 인구 중 상위 20%의 수입이 하위 20% 수입의 26배에 달하며 국민 절반 이상이 빈곤선 이하에서 생활했다.


서민들의 괴로움을 잘 아는 룰라 대통령은 취임 후 국가경제성장과 민생개선에 정부업무의 중점을 두고 수출촉진, 인프라 투자 확대, 금융 안정 유지를 위해 힘쓰며 ‘기아제로 프로젝트’로 사회의 빈곤문제를 해결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 2006년 연임 후 두 번째 임기 동안 ‘경제성장 촉진 프로젝트’로 금융위기에 적절히 대응해 브라질 경제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회복시켰다. 


룰라 대통령 시기는 브라질 경제성장의 황금기였다. 


2010년 룰라 대통령 퇴임 당시 브라질은 GDP가 세계 8위로 뛰어 오르며 ‘브릭스(BRIKs)’ 국가 대열에 들어섰다. 또한, 중산층의 비율이 52%까지 확대되고 2,000만 인구가 빈곤에서 벗어 났으며, 외환보유고 잔액이 1조 달러에 달하는 등 찬란한 업적으로 83%의 높은 국민지지율을 얻었다. 


룰라 전(前) 대통령은 호세프 대통령에게 좋은 상황과 넘기 어려운 전성기와 더불어 쌓여 온 문제들도 함께 물려주었다. 


호세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노동당의 빛나는 업적을 이어가고 룰라 전(前) 대통령의 간절한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야심찬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자신만만한 신임 대통령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2011년 GDP 성장률이 3.9%로 떨어진 후 3년 동안 브라질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특히 2014년 브라질의 GDP 성장률은 0.1%밖에 되지 않아 인플레이션 요소를 제하면 실제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여기에 국제적인 대중 상품의 가격 폭락과 수요 위축으로 수출이 급감하고 재정이 악화되어 많은 민생사업을 지속하기 어렵게 되었다. 경제상황이 룰라 대통령 시기와 크게 차이 나자 국민들의 원망의 소리가 높아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4년 브라질 본토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후부였던 브라질이 준결승에서 독일에게 7:1의 큰 점수차로 굴욕적으로 패배해 경제·사회적 어려움으로 억눌려있던 브라질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호세프 대통령이 경기직후 브라질 축구팀의 참패에 대해 대국민 사과까지 할 수 밖에 없었다. 


룰라 전(前) 대통령은 곤경에 처한 호세프 대통령을 여러 차례 지지했다. 명망 높은 전임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지와 통제 덕에 호세프 대통령은 업적이 좋지 못한 난관을 극복했다. 2014년 대선에서 브라질 국민들은 룰라 전(前) 대통령의 ‘왕의 귀환’을 간절히 바랐지만 암 투병으로 불가능해 그의 지지표가 호세프에게 몰려 호세프가 업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연임에 성공했다.


반대파의 발본색원


호세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각계는 브라질 경제성장을 비관하며 브라질의 예상성장률을 낮췄다. 2015년 브라질 경제는 3.8% 축소되면서 1990년이후 최악의 상황을 보였다. 결국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반대파가 반격에 나서야 할 때가 왔음을 의식했다. 


현재 브라질의 주요 반대당은 사회민주당, 민주당, 사회주의인민당으로 구성된 ‘민주혁신진영’이다. 1989년 브라질이 군벌정치를 끝내고 국민투표로 선출된 정부를 통한 정치를 시작한 이후 사회민주당과 자유전선당(2007년 ‘브라질민주당’이라 개명한 후 현재까지)은 안정된 정치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민주당 카르도소(Cardozo)는 1995년부터 2002년 대통령 임기 동안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경제의 고속성장을 추진하는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사회민주당의 지도자 조제 세하(Jose Serra)가 예상을 엎고 룰라에게 패해 야당으로 전락했다. 사회민주당은 그 후 2006년과 2010년 두 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노동당의 대통령 자리를 탈환하지 못했다. 2014년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정치기반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반대파연합은 사회민주당 네베스(Neves)를 내세우고 당연히 이기리라 생각했으나 뜻밖에 룰라가 호세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서 결국 근소한 표차로 패배했다. 


호세프 대통령이 형편없는 정치성과로도 연임에 성공하는 것을 본 반대파는 어디에 분풀이를 할수 있을까? 상원, 하원에 몇 자리 남은 의석을 기반으로 2015년부터 브라질 반대파는 멈추지 않았다. 먼저 호세프 대통령의 무능함을 맹렬히 비판한 후 각지에서 반(反)정부시위를 여러 차례 조직했다. 연임이 임박한 2016년에 열리는 브라질 올림픽 역시 정부가 안 그래도 빠듯한 재정 예산을 경기장 건설에 사용해 2014년 월드컵의 전철을 밟으려 한다고 질책하며 그들의 분풀이 대상이 되고 있다. 다행히 호세프 대통령은 최근 몇 년 동안 사회적인 격렬한 반대에 익숙해졌고 배후에서 룰라 전(前) 대통령이 적시에 나서 민심을 수습해주어 끝없는 항의에도 여전히 버틸 수 있었다. 


반대파는 호세프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룰라’ 라는 강력한 무기부터 제거해야 함을 알았다. 정치인을 손보는 데는 그의 비리를 퍼뜨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에 2015년 4월부터 브라질언론은 룰라 전(前) 대통령이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한 건축업체를 위해 외국에 사업을 홍보하고 은행이 410억 달러의 대출을 제공하도록 종용한 소식을 여러 차례 폭로했다. 이에 대해 해당 건설업체는 룰라 전(前) 대통령이 도미니카와 가나를 방문하는 비용을 부담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용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부인했다. 


2015년 7월 브라질리아 연방검찰청은 룰라 전(前) 대통령에 대한 형사수사를 진행해 브라질의 유명한 건축 업체에 권력을 이용해 뇌물을 받은 사실여부를 밝히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룰라 전(前) 대통령은 한 순간 ‘국민우상’의 신단(神坛)에서 내려와 자신의 결백을 변론해야만 했다. 


이와 더불어 페트로브라스(Petrobras)의 비리도 드러났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정유공장, 원유시추플랫폼 건설 등 관련공정을 맡은 건설업체가 공사비용을 허위로 보고하고 이 과정에서 뇌물을 받거나 선거 지원금의 방식으로 일정 비율을 관련 책임자 및 여당 연맹 회원에게 떼어주어 회사에 21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 시기가 룰라 전(前) 대통령과 호세프 대통령의 임기까지 이어진데다 호세프는 ‘에너지부 부장, 대통령부 민사사무실 주임을 역임하고 이후 대통령에까지 입후보한 터라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사건이 불거지면서 수백 명의 기업가와 정치인이 비리사건에 연루되어 수감되고 브라질 정계에 심각한 지진이 일어났다. 2016년 초 룰라 전(前) 대통령은 비리혐의로 경찰의 강제심문을 당했다. 


‘룰라’ 라는 큰 나무가 흔들리자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9%까지 떨어지고 브라질 국내정치·경제상황은 악화되기만 했다. 2016년 초 반대당은 ‘호세프 정부가 2015년 재정상황이 어려울 때 법적 절차에 따라 국유은행에 대출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이유로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했다. 그 후 브라질 전역에서 또 한 차례의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통계에 따르면 시위에 가담한 사람은 전국 25개 주(州) 300개 가량의 도시에서 350여만 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렇게 큰 압력에도 호세프 대통령은 ‘철의 여인’의 면모를 유지하며 강경한 태도로 ‘탄핵은 사실무근’이라 주장하는 국회에 대응했다. 그녀는 또한, 자신이 룰라 정부에서 역임했던 ‘슈퍼 부장’ 대통령부 민사사무실 주임에 룰라 전(前) 대통령을 함께 현재의 난국을 벗어나보려 했다. 그러나 본래의 취지와 달리 룰라 전(前) 대통령이 취임한지 몇 시간 만에 브라질리아 연방법관이 ‘정부가 룰라 전(前) 대통령을 내각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불법’이라 인정하는 임시법령을 채결하고 연방최고법원 법관이 정부의 룰라 전(前) 대통령 임명을 중지시키면서 룰라 전(前) 대통령이 관직을 맡는 계획은 결국 무산되었다.


정당대립의 ‘판도라상자’는 이미 열렸다


현재 호세프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신용위기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회가 호세프 대통령을 탄핵한 것에 찬성하는 유권자가 69%에 달했다. 여당연합 내에서도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 해를 생각해 보면 룰라 대통령이 민주운동당, 민주노동당, 브라질공산당, 브라질사회당 등 많은 좌익정당을 노동당 주변으로 모은 후에야 당시 여당이던 사회민주당의 역습이 이뤄졌다. 그 후 룰라 대통령이 연임하든 호세프 대통령이 순조롭게 이어받든 정치적 성과가 형편없을 때는 이 들 좌익연합에 기반을 둔 지지세력을 통해 연임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위기로 좌익연맹이 분열되기 시작했다. 브라질 헌법에 따르면 하원 원장의 부결만 있으면 대통령 탄핵안은 성립되지 않는다. 현재 하원위장 애두아르도 쿠냐(Eduardo Cunha)는 좌익연맹의 민주운동당 소속이면서도 노동당과 탄핵안을 부결시켜 페트로브라스 비리사건 관계자들의 지지를 얻어보려는 ‘거래’가 좌절되자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신청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는 연쇄반응을 일으켜 노동당의 확실한 동맹이던 브라질사회당이 반대파 진영에 합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애두아르도 쿠냐(Eduardo Cunha)가 소속된 민주운동당은 호세프 정부를 계속 지지할지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 최대정당인 민주운동당이 반대파 진영에 합류하면 호세프 대통령은 결국 오갈 곳 없는 신세가 될 것이다. 여당연합의 분열과 반대파의 거센 공격으로 브라질은 깊은 물에서 한 자 거리의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2009년 금융위기 직후 브라질이 직면했던 어려움도 지금보다 만만치 않았지만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국민들을 모아 위험을 무릅쓰고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번에 호세프 대통령이 룰라 전(前) 대통령에게 정계에 복귀하기를 권한 것도 ‘위대한 대통령’의 인격적인 매력과 덕망으로 인기를 모아 호세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만회하고 그의 풍부한 정치경험을 통해 브라질의 새로운 활로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
아쉽게도 룰라 전(前) 대통령이 신단(神坛)에서 이미 내려온 터라 과거의 영광이 재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룰라 전(前) 대통령이 비리에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임기 중에 일어난 페트로브라스 비리사건으로 감독 소홀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한 시대의 명성이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비리혐의 조사를 통해 룰라 전(前)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호세프 대통령 탄핵까지 일으키면서 반대파가 그들의 정치목표에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현재 정당대립의 ‘판도라상자’가 열리면서 지난 10여년동안 힘겹게 일궈낸 안정과 단합이 풍파로 무너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앞으로 브라질은 당쟁내전, 사회불안 가운데 더 많은 발전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임기 5년동안 룰라 전(前) 대통령이 임기 후반 다른 브릭스 국가의 지도자들과 마련한 브릭스 협력 체제를 유지하며 심화했다. 브릭스 국가 가운데 중국은 브라질의 최대 무역국이자 중요한 외국 직접 투자국가이다. 브라질 정국의 불안이 계속된다면 여러 시스템적인 위험요소가 늘어나고 각국과의 협력에도 그림자가 드리울 것이다. 


(저자소개: 저장(浙江)외국어대학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차장, 중국 라틴아메리카학회 사무차장)

 

[저작권자ⓒ 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카카오톡 보내기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daum
온라인팀 다른기사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HEAD LINE

포토뉴스PHOTO NEWS

많이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