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에 몸이 흙으로 변하기를 원하는가?

이것이야 말로 자연계의 방식이다. 한 알의 사과든 한 사람이든 세상만물은 결국 이렇게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어있다. 잿더미로 변하거나 방부 화학물질로 가득 찬 과정 없이 용기의 공간도 차지하지 않고 평안하고 고요한 상태로 다음 여정에 들어간다.
오재헌 기자 newschina21@naver.com | 2021-07-08 15: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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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신문주간 한국어판 오재헌 기자]

 

한 유기체의 죽음으로 다른 유기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리콤포즈는 자연에서 동물이나 식물이 모두 자연에 보답하는 선물이 될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보통 매장, 화장 두 가지 장례식을 택하게 된다. 이제 죽은 사람도 진짜 자연으로 돌아갈 세 번째 선택지가 생겼다. 

 

 

▲ 유체는 분해실로 보내져 유기적으로 분해된다. 촬영/Sabel Roizen

 

지난해 말 미국 시애틀의 켄트 카운티에 본사를 둔 장례식장 리콤포즈가 생겨나면서 인류에게 속세의 흔적을 보존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인 자연유기환원(NOR natural organic reduction)이 문을 열었다. 이는 인간 퇴비로 죽은 자의 육신을 토양으로 분해하는 방식이다.


세계 최초로 시신을 토양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장례식장은 구상, 기술 연구, 모금, 워싱턴주 입법 추진까지 ‘리콤포즈’의 창시자인 카트리나 스페이드 CEO의 노력이 있었으며 이 개념을 현실화하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다.


스페이드는 화장이나 매장 방식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퇴비법은 친환경적이면서도 깊은 뜻을 담은 선택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리콤포즈 장례식장의 고객통신매니저 안나 스벤슨은 <중국신문주간>에 사망 후 시신을 자신을 낳아 기른 이 땅의 선물로 만드는 것은 화장이나 매장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방지할 뿐 아니라 죽음 자체를 다시 인식하게 할 수 있다며 사람들이 생전에 자신의 존재 방식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리콤포즈 장례식장에는 마소 거름과 나무 부스러기, 짚 등이 담긴 육각형 강철 용기가 마련되어 있으며 지금까지 시신 8구가 토양으로 전환됐다. 이로써 사망자의 뼈와 피를 다시 원자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게 하여 다시 세상에 머물 수 있게 되었으며 이것이 바로 생명의 윤회이다.


인류의 유체를 토양이 되게 하다


스페이드는 의사의 집안에게 태어났다. 그녀가 어렸을 때 죽음은 늘 집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흔히 거론되는 화제였다. 2011년 여름, 자신의 막내아들과 뒷마당에서 놀고 있던 그는 아이의 빠른 성장을 인식하게 되었고 갑자기 “언젠가는 40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페이드는 “오, 언젠가는 70세가 되겠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그녀에게 죽음에 대해 생각하도록 자극하였다.

 

 

▲ ‘리콤포즈’의 설립자 겸 CEO 카트리나 스페이드. 촬영/Craig Willse

그때 그녀는 33세의 한창 나이로 매사추세츠 대학 애머스트 캠퍼스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전공하고 있었다. 석사 과정 중 스페이드는 전통 매장과 화장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도시 매장에 방부제가 사용되는데 장의사가 사망자의 체액을 먼저 배출한 뒤 방부제를 주입해 토양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순수 녹색 매장은 일부 농촌에서만 가능해 대다수 도시민에게 비현실적이고 비용도 많이 든다. 묘지는 매년 100만 에이커(약 607만 묘)의 땅을 차지하고 관은 매년 400만 에이커(약 2,428만 묘)의 숲을 사용한다. 

 

화장은 공기를 오염시켜 미국에서 화장돼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6억 파운드로 석유 80만 배럴을 태우는 것과 같다. 화석연료는 한 대의 차량이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의 절반까지 달릴 수 있는 양이며 시신 한 구의 시신을 화장하면 런던에서 로마로 가는 항공편의 배출량과 맞먹는다.


스페이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구상에서 하는 마지막 일은 지구를 해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워싱턴 주에서는 가축 시체 퇴비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이 방법이 성숙된 처리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인간 퇴비를 전통 매장과 화장보다 환경친화적인 대안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으며 2013년 ‘흙과 분해: 도시 사망자들에게 안식처 제공’이라는 제목의 석사논문을 완성했다.


당시만 해도 이 생각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많았다. 첫째는 합법적이지 않았다. 둘째는 과학은 단지 어느 정도 이 방법을 지지할 뿐이었고 농민들은 수십 년 동안 퇴비법을 사용해서 죽은 가축을 처리해왔지만, 인간이 안전하고 깨끗한 토양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이것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에 대해서도 연구된 바가 없었다.


스페이드는 워싱턴주립대와 노스캐롤라이나주 토양, 농업 과학자들을 불러들여 이 같은 방법으로 인간 시신을 수습할 가능성에 대해 연구했다. 2018년에는 워싱턴주립대에서 기증받은 시신 6구를 사용해 실험했다. 인체 퇴비 시범사업 자료에 따르면 시신 한 구가 46주 안에 외바퀴 손수레 2대 용량의 토양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습도와 이산화탄소, 질소, 산소의 비율을 엄격히 통제해 미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시신 분해 속도를 극대화하였고 대장균 군체수는 미량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유체를 섞은 흙이 토양처럼 느껴지고 다른 냄새는 나지 않았다. 

 

이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유체를 퇴비로 만들어 장미꽃이나 채소를 심는 것으로 진정한 ‘입토유안(入土有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전체 인체의 퇴비 과정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시신을 화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1/8에 불과하다.

 

 

▲ ‘리콤포즈’ 장례식장 분해실. 사진/응답자 제공


스페이드의 추진으로 2019년 5월 21일 제이 인슬리 미국 워싱턴 주지사가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워싱턴 주는 미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일 수도 있는 ‘천연유기’로 유체를 처리할 수 있는 주(州)가 되면서 인간 유해 퇴비가 합법화됐다. 스페이드 회장은 이와 함께 675만 달러의 착수금을 마련했다.
2020년 5월 법이 발효됐고 그해 말 리콤포즈 장례식장이 문을 열었다. 근 10년간의 노력 끝에 스페이드는 인간 시신을 토양으로 변하게 했다.

 


클로버, 나무 부스러기와 짚


외관상 ‘리콤포즈’ 장례식장의 대문은 거리 안의 다른 건물들과 다를 바 없이 보통 고층 빌딩의 모습에 불과하다. 금속 벽면이 눈에 띄지 않고 거대한 셔터는 창고 같은 모습이지만 건물 안은 마치 친환경적인 공상과학(SF) 우주선처럼 일사불란하고 심플하다. 

 

위 쪽에는 은색 파이프가 나뒹굴고 벽에는 삽, 쇠스랑, 건초용 갈퀴, 포크 등 흙을 파는 도구들이 놓여 있고, 선반 위에는 단단히 묶인 볏짚 더미가 가지런히 쌓여 있으며 녹색 벽에는 크고 작은 양치 녹색식물들이 가득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벌집을 닮은 거대한 흰색 기계이다. 리콤포즈 장례식장의 10개 분해창은 모두 육각형 모양의 철제 통으로 되어있고 그 안에 토양을 가득 채웠다. 1월 중순경에는 8개 선실에 1구씩 안치돼 자연 유기분해 과정을 밟고 있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인체를 분해하고 있었다.


마소 거름과 나무 부스러기, 짚 등이 들어 있는 분해창은 각각 온도와 수분함량인 감측기가 10분마다 한 번씩 용기 내 미생물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퇴비에 필요한 양분을 얻을 수 있도록 온도 판독량을 측정하는 엄격한 통제 과정을 거친다. 공기는 한 조의 파이프를 통해 각 용기에 유입되며 폐기는 다른 조의 파이프를 통해 활성탄을 체로 검사한다. 

 

시스템 배출. 분해 과정 내내 각 용기는 천천히 여러 번 회전한다(모든 퇴비는 뒤집어야 한다). 유체는 골격과 치아를 포함하여 충분히 분해될 수 있도록 한다. 워싱턴주 법규에 따르면 토양은 대장균과 살모넬라균 등 병원체를 안전하게 박멸할 수 있도록 화씨 131도의 온도를 72시간 이상 유지해야 한다.


분해가 완료되면 장례식장과 제3의 기관은 토양에서 발생하는 병원체와 비소, 납, 수은 등 중금속 함량을 측정한다. 천연유기환원 과정은 유해병원체를 대부분 파괴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 폐결핵,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등 인간 유해 퇴비를 할 수 없는 세 가지 질환은 병원과 건강검진 의사들이 책임지고 판단한다. 사망 전 30일 이내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시신도 인수·분해 조건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신은 분해실에서 30일을 보낸 뒤 소화함(1인당 1개씩)에서 몇 주 정도 지내면 시체로 분해된 토양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다.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가족 스스로 가족의 분해된 시신을 땅으로 가져오거나 워싱턴 남부 베어스 마운틴의 700에이커 규모의 신탁통치 보호림에 기증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대다수가 기부를 선택했다. 분해가 완료된 각각의 시신은 모두 1 입방미터의 영양이 풍부한 토양이 될 것이며 소형 트럭 한 대에 하중이 가능하며 토양의 형태가 될 것이다. 모양도 현지 묘포에서 구입한 표토와 다르지 않다.


우아하고 아름답게 떠나기


미국의 장례업은 가격이 비싸며 투명하지 않고 빈소가 거의 없다. 소비자 권익단체들은 몇 년째 비용 기준을 인터넷에 공개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지 비영리기관인 ‘민중기념협회’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워싱턴주의 화장 비용 격차 구간은 745%이다. 예를 들어 시애틀 킹카운티의 경우 최저 525달러에서 최고 4,165달러이다. 매장비용 격차 구간은 400%로 가장 저렴하고 단순하며 장례활동이 없는 구간은 1,390달러이고 프로세스, 고규격 장례까지 포함할 경우 1만1,100달러에 이른다.


리콤포즈 장례식장의 결정가격은 투명하고 시신 1구당 서비스 가격은 5,500달러로 일시불이나 월별 할부가 가능해 현지에서는 중간 수준이다.
그러나 어떤 새로운 것이든 특히 19세기 말의 화장의 도입처럼 생사 관련 후사가 걸린 문제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인간 퇴비가 입법 단계에 있을 때 현지 가톨릭 교회는 퇴비법이 교회 교리에 위배된다며 이 법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조지프 스프래거 워싱턴주 가톨릭회의 사무총장은 입법위에 보낸 편지에서 “이런 식으로 인간 시신을 처리하는 것은 시체에 대한 충분한 존중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썼다. 하지만 관련 아이디어가 나온 뒤에도 리콤포즈 장례식장이 공식 개장하기 전인 2020년 한 해 동안 350명이 예약했고, 이들 350명은 리콤포즈에 계약금을 내고 이 회사로부터 미래의 사망 관련 서비스를 받기를 희망했다.


첫 번째 인간 퇴비 장례 방식을 사용했던 사람은 샬럿 본트래거의 어머니이다. 샬럿은 시애틀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리콤포즈가 추진되고 있는 인간 퇴비를 몇 년 전 신문 기사에서 본 모친이 자신과 논의를 했으며 이런 처리방식이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모친이 “내가 죽을 때 가능하면 그 길을 가고 싶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2년 뒤 어머니가 시애틀의 한 병원에서 폐병으로 사망했고 그는 인터넷에서 시애틀과 인간 퇴비를 찾아보다가 리콤포즈에서 이미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께서 자신이 1차 개척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기뻐하실 것이다.”


‘리콤포즈’ 인간 퇴비 장례식은 의식을 갖춰서 진행된다. 본트래거의 어머니가 분해실에 들어가기 전, 그의 가족들은 어머니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보드판 길 아래’라는 음악적 앙상블을 만들었다. 현재 ‘리콤포즈’의 하관식은 유족과 지인들에게만 공유되고 있으며, 코로나 종식 이후에는 친지들의 현장 방문이 허용될 예정이다.


현재 사람 퇴비의 장례 방식은 워싱턴주에서만 합법이며 콜로라도주는 입법을 검토 중이다. 리콤포즈 고객통신매니저 안나 스벤슨은 <중국신문주간>에 이 서비스가 미국과 다른 곳에서 더 널리 보급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리콤포즈’는 전 세계가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더 개발하고 있다. 리콤포즈는 앞으로 가능하면 해외에 지점을 개설하는 등 친환경 장례 방식을 계속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리콤포즈’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를 우아하고 아름다운 이별의 하나로 꼽는다. 본트래거의 말대로 자연계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한 알의 사과든 한 사람이든 세상만물은 결국 이렇게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어있다. 잿더미로 변하거나 방부 화학물질로 가득 찬 과정 없이 용기의 공간도 차지하지 않고 평안하고 고요한 상태로 다음 여정에 들어간다.

기자/리징(李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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